요즘 위로가 되는 것들

 

출근해서 혼자 10분 광란의 댄스파티

견과류

퇴근해서 씻기전에 잠깐 타니랑 마주보고 누워있기

이석원옹의 옛날 일기들

솔이랑(이번주) 언니가(다음주) 곧 한국에 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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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발 이전의 일기. 쪽팔리지만 두려울게 없어 올린다. 지나보니 딴사람이 하는 말들 같아 웃기네.

 

 

격리해제된 순간부터 새벽마다 혼자 차에 내려가 쳐울었다. 하루는 캐나다에 가있는 S랑 전화하면서도 울었다. 코로나 기침을 엄청 해대면서... 딴 이유가 아니라 미술때문에 복장이 터져서 울었다. 그말인즉슨... 내가 단지 뭉뚱그려진 개념인 무언가를 너무 사랑하는것같다..어쩌라고 썅.. 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흑염룡은 내가 반백살이 되도 안죽을거같다는 예감에 눈앞이 캄캄한 것이다....
왜 복장이 터지는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둘러싼 근거리의 모든 게 트루먼쇼같아서이다. 다같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커다란 벽 앞에서 겉돌 수 밖에 없는.
학부때 읽었던 정수진작가 작업노트중에 너무 공감가는게 있었는데, 대충 예쁜거 귀여운거 사실적인거 추상적인거 엽기적인거 등등 다 싫고 그리기 싫다는 내용이었다. 그 권태의 껍질을 입은 말들이 이 사실은 모든 걸 너무너무 제대로 그려내고 싶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느꼈었다. 정확함에 대한 사랑,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겨냥에 대한 욕망. 그리고 몇년 후에 그는 누구에게나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누구도 제대로 이해 못할 무서운 조형이론을 일궈버렸다. 너무 세밀해서 눈앞이 까마득해지는 그런 것
사람들이 의레 순수조형이라고 일컫는 것에 지금의 인터페이스에 연습된 사람들이 충분히 만족할만큼의 자극이나 사실성이 깃들기는 정말 정말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하면 할수록 정말 정말로..정말로...어렵다. 
내가 스스로 복장터지는 부분을 해결하려면 결국 극혐의 강을 건너야 한다. 더이상 미룰 수 없어서 하기 싫고 무서워서 울고싶어지나?
친구가 이 새벽에 미술때문에 복장이 터져서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서 전화통 붙잡고 우는 사람 니밖에 없을꺼라고 하는데
응원하는 말이었지만 갑자기 정신이 확 들며 부끄러워졌다. 너무 사랑하면 컬트가 되고 파시스트가 된다.

아무래도 격리하는동안 손이 쉬어서 정신이 나간것같다. 뜨개질하고 종이라도 접었으면 이 몇일이 이렇게 이상하게 안흘러갔을텐데.

그래서 만기출소한 기분으로 대전에 가서 이응노 미술관을 보고왔다. 거긴 갈 때마다 수호천사가 사는 곳에 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가슴이 활짝 열리는 느낌. 물론 고속도로에서 서울에 가까이 올수록 다시 가슴 쪼임. 그래도 열렸던 그 느낌을 잊지말아야해. 똥칠을 하든 뭘 주물럭거리든간에 어쨌든 사랑을 못담았어?? 그럼 미안한데 실패야 그걸 인정해. C와 서울에 돌아와서 주차장에서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엄청 길게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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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겪고있는 가족의 사건들을 언젠가 모두에게 시원하게 말하리라 다짐한다.
역설적으로 이 일은 나를 실체처럼 느끼게 한다. 여태까지 단 한번도 나는 진짜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눈을 가진 사람이 된 것이다. 그 명료함이 그나마도 나를 위로해준다. 그리고 아직 누구도 죽지않고, 떠나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망하지 않았다는 것. 해결할 수 있다. 그대신 정신을 잘 붙잡고 낮시간에는 작업을 해야돼. 이 시간 안에서 내가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것은, 작업에 쏟아부을 일정량의 시간과 에너지뿐이다. 그리고 이 시간을 잘 기록해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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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3일은 강아지와 침대에 빈대떡되서 함께 ott시청.
(강쥐앞에 있는건 강쥐가 먹다가 홀드중인 개껌이다. 이럴때 건들면 사단난다.)

위아후위아끝냄. 콜미바이 유어 네임은 아직 안봤지만, 아이엠 러브를 좋아했었는데 같은 감독이더군. 신기하고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시리즈였다.


24부작 모래시계끝냄. 이거에 제5공화국까지 봐줬어야하는데 더이상은 영상을 못보겠어서 후… 근데 신기한게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은 거의 이거 찍으면서 인간 아이덴티티가 확립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과하게 본인 캐릭터 같았는데, 그에 반해 별 느낌을 남기지 않은 이정재는(물론 조연이긴 하지만)인상도 지금이 더 무르익었고 캐릭터도 강해지고 계속 커리어 개척하는거 보면… 음 출세작이라는게 인간에게 평생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음. 빨리 영광을 잊을 수록 더 멀리 갈 힘을 갖게 되는 그런 묘한 작용이 있는 것 같아. 암튼 중간중간 한국 근현대사도 다시 복습하구… 당시 사람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얼굴이 너무 또렷하니 올망졸망해서 새삼 신기했음.

참여전시 오프닝 동료한테 업혀 영혼으로 참석

스테로이드와 초콜렛 번갈아 투약

면역 깨지니 바로 헤르페스올라옴


맑은 공기 마시며 걷고 뛰기까지 20시간 남았다!!!’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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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으로 인한 격리가 이틀 남았다. 안아프다매?….
20일까지 부재할 예정이었지만 이런식으로 서울에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네. 기본적으로 목이 찢어진듯 하고, 냄새를 못맡으니 뭘 먹어도 큰 감흥이 없다. 미래음식 캡슐하나로 식사~~ 이런거 야만한 발상이라 생각했는데 입도 깔깔하고 냄새도 못맡으니까 영양 보충 이상의 의미는 없어진다. 강아지 냄새를 못맡는게 슬픈 포인트. 인후통이 정점이었던 3일간은 가만히 누워서 ott를 엄청 사용했다. 뭘 안볼땐 가만히 있었다. 늘 어떻게 시간을 내서 하던 명상이 굳이 필요가 없이 그저 힘없고 평평하게 있었다. 그김에 오랫동안 안풀리던 실타래같은 생각 몇 개가 풀리고, 어제 밤에야 겨우 기운을 내서 지방에 들고 갔던 짐을 다시 푸르고 약봉지로 만든 쓰레기산을 치웠다. 방에 있는 내내 서울 풍경은 진짜 드럽게 매캐했다. 빨리 작업하러 스튜디오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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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서 이 책 제목이 날 불렀다. ‘너 솔직히 지금 이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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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끼워진 단추, 불청객, 정리안되는 방, 찐득한 음료가 새고 있는 페트병. 열심히 깎았다고 착각한 모서리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그게 가장 나의 모습이라 말하고 있었단 걸 확인하는 시간. 죽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정말 웃기지도 않는 절멸의 문턱을 여차저차 넘어가더라도 사실 거기엔 아무 것도 없을 거란 걸 잊지말기. 그럼에도 한다는 건 그 어렴풋한 황무지에 대한 갈망때문이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갑고 깨끗한 물을 천천히 자주 마시며 그것을 상기하기. 그 외의 노력들은, 아마 안해도 되는 것들일 수 있으니 의심을 늘 품어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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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새해 첫 날인 오늘, 리움의 전시도 구경하고 췜프 커피도 맛보고, 일찍이 집에 돌아와 스걸파도 시청하고, 떡국도 먹고 조금 전까지 책상 밑 뜨듯한 바닥에 앉아 이응노 책도 좀 펼쳐보며 느긋하게 보냈습니다. 난 올 해 정녕 무엇을 하게될까요? 늘 그렇듯 밝고 순탄한 예감은 없지만, 그래도 재미가 있다면 전 괜찮을 겁니다.
이 곳에 흘러오신 모두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건강은 되도록이면 무엇과도 바꾸면 안됩니다.

인사완 영 관련이 없는 올리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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