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혜중공업
두 말할 필요없이 섹시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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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인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차이밍량의 gv프로그램이 있는 <들개>라는 영화를 보러 갔었다. 마지막에 이강생이 비맞고 있는 얼굴을 정면 롱테이크로 잡은 장면이 한 15분 정도됐는데 옆에 앉은 남자가 엄청 크게 코골고 잤던 것도 강력한 기억으로 남아있음. 뭐 영화제에서 흔한 장면이지만 소리가 워낙 우렁차고 당당했기에…

아무튼 Gv때 어떤 관객이 이강생을 페르소나로 생각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그렇지 엄청 오랜시간 지속적으로 배우 한 명만을 주인공으로 찍는 이유가 뭐냐고 지겹지 않냐 뉘앙스를 살짝 담아 물어봤었는데(이강생도 옆에 있었음), 차이밍량이 대답했다. “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 배우는 계속 변화하는 시간속에 있고, 변화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사과를 찍는 사람이라고 빗대보자. 나는 그렇다면 한 사과만 찍고 싶다. 사과가 멍들었으면 멍든 사과 그대로 찍고 싶고, 그 사과가 시들어가는 시간도 모두 담고 싶기 때문이다.” 이 말이 아직도 안잊혀진다. 그동안 봤던 차이밍량 영화에서의 느낌들을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인듯. 지루하고 축축하고 슬프게 오래도록 남는 그런 느낌들. 정말이지 롱테이크는 제작진과 관객 모두에게 고통스럽지만 피하고 싶지않은 솔직한 사랑의 방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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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옥수수다큐 보다가 잠들었는데, 꿈에서 한국의 무슨 커다란 산지에 내가 있고, 왔다갔다 하는데 자꾸 생소한 차림의 중년 남자 외국인들이 보였음. 알고보니 한국의 옥수수 수확량 포획해서 연료를 만들겠다고 러시아랑 중국 등등 몇몇 나라가 사무소 지어놓고 땅 계속 사고있었던거. 전쟁1초전 긴장상태에서 산 뛰어다니고 전략세우는 긴박한 상황. (난 누구?…) 그러나 산지가 험해서 멋대로 활동하거나 자기들끼리 마주치는것도 쉽지않을것이라며 예측하고 우즈베키스탄도 다음 미래 요충지라며 주목해야된댔다. 암턴 그들이 한국 산에 들어와있는 음모를 알게되는 꿈을 꾸다 뭐여 미친.. 이러면서 일어났는데 알고보니 유툽 자동재생기능때문에 무슨 중앙아시아 관련 세미나 기록영상으로 흘러가서 우즈베키스탄의 지리학에 대한 강연 부분이 틀어져 있었음. 음성에 따른 램수면 설계..

2. 꿈에 B랑 어떤 애랑 셋이서 헌책방에 감. 그 헌책방은 괜찮은 책도 많고 고풍스러웠음. 주인은 무척 티가 많이나는 가발을 쓴 노인이었는데 책장 첫칸에 얇은 철학책이 그 주인이 쓴 것이었다. 자신을 우물마귀라고 칭하고있었고 대충 훑어봐도 슬프고 진지한 내용들이 압축된 철학책이었음 자기 책방 운영에대한 얘기도 있었던듯. 내가 그걸 보고있는걸 사장이 모르는척 의식하는 눈치였기에 안사면 이 슬픈 사람이 상처받을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빨간머리앤 노트 세권이 있었고 B랑 보면서 와 이책 괜찮다 하는데 앞에 굉장히 익숙한 느낌으로 장식된 노트들이 있는거임 설마 내 공책인가… 하면서 봤는데 맞았음. B는 옆에서 자꾸 내가 쓴 문장들의 진의를 하나하나 물어보고 나는 한권 더찾아서 대 참사날뻔했네 당장 사가야지 하면서 꿈이 끝남. 여러모로 곧 있을 전시에 필요한 작업설명을 쓰다가 느낀 수치심이 만든 꿈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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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동네를 걸어가다 어떤 일가족의 뒤를 의도치않게 걷게되었는데, 나는 그 가족의 뒷모습만 대충 봤지만 미국계일 것이라고 0.5초만에 확신했다. 그 이유는 어떤 향이 마치 투명한 보호막처럼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 체취는 아닐 것이다.

미국 가면 길에서 전반적으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말하자면 꽃냄새 + 섬유유연제 듬뿍넣고 씻은 세탁물이 건조기 뜨끈하게 들어갔다 나온 직후 냄새 + 고기 패티같은거 굽는 냄새 (역한 느낌 보단 맛있겠다 적 냄새)
이렇게 각기 다른 3가지 향을 베이스로 조금씩 달라지긴 하는데 이게 완전 전형적인 조합임. 굉장히 캐릭터가 센데 거북함은 안드는.
이게 체취는 아니라고 확신하는게 그냥 미국에서 아무도 없는 길 걸을 때도 이 냄새가 나고, 날이 따듯할때 더 잘올라옴. 누가 설명좀 해주면 좋겠네요.

구글링해보니까 재밌네

https://theqoo.net/square/270308397

박봄이 말하던 미국냄새란게 뭘까? - 스퀘어 카테고리

예상 댓글 : 마약냄새  마약냄새 말고 진짜 미국냄새 뭔지 궁금함ㅋㅋ

theqoo.net

https://www.google.com/amp/s/m.clien.net/service/amp/board/park/7636434

미국 냄새에 대해 잠시 토의 한 결과 : 클리앙

저와 제 주변 사람이 내린 정의는 1. 다우니 섬유유연제+드라이어에 집어 넣는 탈취제 냄새 2. 햄버거와 피자 냄새의 믹스 3. 건물 청소후 나는 냄새+곰팡이냄새(??) 4. 위에거 다 믹스 라고.. 덧. 모

www.clien.net


옛날부터 무어라고 표현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지만 딱히 기회는 없어서 글파보았다.
초딩 고학년시절 1-2주에 한 번씩 이태원 미군부대에 버스타고가서 미셸(5세추정)이라는 아는집 애기 놀아주는 베이비시팅 비슷한걸 한적이 있는데, 그 부대 울타리 안에서는 집짓는 스타일도 학교도 학교 운동장도 그리고 거기서 사용되는 모든 물자가 거의 다 미국에서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입구에 방문자 확인하는 사무소서부터 강하게 미국 냄새가 났음.
고1부터 미국에 살고 여름마다 놀러왔던 가족에게서도 두말할 것 없이 음식냄새를 제외한 미국 냄새가 났음. 공항마중가면 그때부터..짐에서도… 다우니적 향기. 이젠 그 냄새 자체가 미국적 아우라의 전형처럼 느껴진다.
무튼 한국에서 오래 살아도 어떻게 미국에서랑 똑같은 미국 냄새가 생활 전반에 스며있단 말이지?…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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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아침 용산역.
동네 애용하던 역내 과일쥬스 가게가 문을 닫았다. 과일을 자유자재로 고르고 섞어 갈아주는 보기드문 가게였음. 진짜 지상의 온갖 생과일이 두루 구비되어있어 이 가게는 어떻게 과일 관리하고 매일 이윤을 내는가 싶었는데 .. 잘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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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스타 생면 마스터하기 🥣
올 생일에 🧺님으로부터 예전부터 가지고싶었던 파스타에 대한 두툼이 전문서적을 선물받았었다. 파스타는 내 청년기 주식이기도 하고, 파스타 면의 조리과정은 마치 보편적인 만들기시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식품이어서 흥미를 가지고 있다. 아니 더 더 맛있고 짜릿한 파스타를 먹고싶은 것이다!!
공기좋은 숙소를 몇 일 잡고 밀가루를 똘똘 말아 맛있는 파스타를 해먹어보는 것이 이번 겨울의 꿈이다. 트렁크에 건조기를 싣고가서, 만약 성공하면 잘 말려 주변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싶다.

2. 운동🏋️‍♀️
러닝이랑 맨손운동이 조금 물린다. (심지어 올해는 108배도 함) 클라이밍을 다시 시작하거나 수영을 다니고 싶음. 어차피 겨울엔 현재 작업실에서 뭘 많이 못하기 때문에 아싸리 체력을 저축해놓는게 좋겠다.

3. 국경넘기 🍂
어디로 어떻게 갈지 대륙조차 안정했지만 무조건 다녀온다.
발스. 뉴욕. 아님 아싸리 앙코르와트같은.. 아 지금 캄보디아는 안되나

4. 개인전 워밍업
블라블라😴


원래 제일 바쁠때 자꾸 저 멀리 무지개를 바라보는 법이지 암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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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치 어떤 현상처럼 손절이란 말이 자주 보인다.
인문학 컨텐츠 몇개 틀어본 이후로 유투브에 나르시시스트 구분하기 해로운 사람 손절하기 어쩌구 이런 콘텐츠가 많이 뜬다. 한국이라서 그동안 곪아온 관계지향적 문화+효율에 대한 과도한 관심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경향이 유독 심해지는 듯도 함. 근데 자꾸 괴로움의 이유를 밖에서 찾으면 정작 자기 허물은 언제 한번 돌아보나?..
개인적으로 이런 흐름이 아주 건강하게 느껴지진 않는듯. 딴게 아니라 손절과 같은 결심은 자기 자신한테도 어떤 방식으로든 무의식에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딱 한 번, 수 년전에 아주 소중했던 사람의 특정한 습관때문에 절교를 하기로 결심한 적이 있다. 그 분이 갑작스러운 단절때문에 느꼈을 감정들의 시간을 존중해 그 결정을 번복하진 않았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니 당시 나는 인간사의 다난함을 지금만큼도 이해하지 못했고 누군가와의 관계를 좋은 쪽으로 핸들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용기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분에게 감정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기대하고 있어서 더 그랬던듯. 그래서 어쩌면 가장 수동적인 선택인데 강단있는 선택이라고 착각한 것.
그 사람한테서 유독 싫어했던 행동들을 어느 날 내가 하고있는 경우도 있었다. 내 상황에 대해 누구한테 어떤 변명도 하기 싫고, 그럴 필요도 없이 그냥 그렇게 되는 일도 있다는 걸 그 때 알았다. 당시에 그 분은 나의 좋은 점부터 못난 점까지 늘 관대하게 바라봐주었고, 나를 인간으로서 정말 사랑해준 친구였기에 지금도 함께 보낸 시간들에 대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더 솔직해지자면 아주 가끔은 마음이 아프다. 그 통증이 나에게 관대함을 참교육해주었음.

아무튼 손절하냐마냐 고민까지 가기전에 서로 적당한 스페이스를 지켜주는게 좋은 것 같다. 어차피 모든 게임은 영원히 진행되지 않는데 뭐하러 전원코드를 뽑나.
그리고 남에 대한 엄격함이 어느날 스스로를 겨누기도 하니까, 스스로 괴롭힐 이유를 굳이 하나 더 만들고 싶지 않다.

가끔은 ‘잠시 거리를 둬요.’ 이 말만큼 좋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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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지러울 땐 좋아하는 어른들을 본다.

나문희배우의 거의 모든 걸 좋아한다.
삼순에서의 속마음 표현 잘 안하는 호텔 회장님부터 그사세 짠한 엄마랄지 거침킥의 먹보엄마, 디어마이프렌드에서 스타우트를 좋아하는 정아이모 등등 진짜 K중장년 여성묘사계의 올라운드… 담백한 연기로 감정버튼을 확실하게 준다.
예전에 노희경작가한테 잘난사람들만 사귀지말고 책 많이보고 할머니들 주름 관찰하구 골프치지말고 대중목욕탕 많이 가라그랬나 아무튼 그거 보고 참 곧은 어른이자 매력적인 플레이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전신을 잡아줄 때 보이는 느티나무같은 풍채나 커다란 손에 깜짝 깜짝 놀라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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