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인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차이밍량의 gv프로그램이 있는 <들개>라는 영화를 보러 갔었다. 마지막에 이강생이 비맞고 있는 얼굴을 정면 롱테이크로 잡은 장면이 한 15분 정도됐는데 옆에 앉은 남자가 엄청 크게 코골고 잤던 것도 강력한 기억으로 남아있음. 뭐 영화제에서 흔한 장면이지만 소리가 워낙 우렁차고 당당했기에…
아무튼 Gv때 어떤 관객이 이강생을 페르소나로 생각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그렇지 엄청 오랜시간 지속적으로 배우 한 명만을 주인공으로 찍는 이유가 뭐냐고 지겹지 않냐 뉘앙스를 살짝 담아 물어봤었는데(이강생도 옆에 있었음), 차이밍량이 대답했다. “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 배우는 계속 변화하는 시간속에 있고, 변화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사과를 찍는 사람이라고 빗대보자. 나는 그렇다면 한 사과만 찍고 싶다. 사과가 멍들었으면 멍든 사과 그대로 찍고 싶고, 그 사과가 시들어가는 시간도 모두 담고 싶기 때문이다.” 이 말이 아직도 안잊혀진다. 그동안 봤던 차이밍량 영화에서의 느낌들을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인듯. 지루하고 축축하고 슬프게 오래도록 남는 그런 느낌들. 정말이지 롱테이크는 제작진과 관객 모두에게 고통스럽지만 피하고 싶지않은 솔직한 사랑의 방식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