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말하긴 오글거리고, 오늘 전시를 보면서 오랜만에 정말 짜증스런 감정을 느꼈다. 전지구적 트렌드를 얼기설기 기운 포장지를 입고 나 비엔날레 가야겠죠??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였을까.. 게다가 나는 웹에서 프리페이스를 읽고 너무 기대해서 전시를 본 후 그 작가분에게 메일을 보내 뭔갈 제안하려고 했었는데.. 변죽만 울리고 끝까지 시작은 안하고 끝난 작업을 보곤 맥이 쭉 빠졌다.
거기까진 좋은데, 새벽이 깊어지자 막 욕지기가 나오는것임. 뭔가 그동안 속에 쌓인 것에 그 작업을 본 일이 트리거가 되어서 그럴 것이다. 아 뭐라도 비공개 일기로 써갈기고 풀자 해서 블로그를 켜고 온갖 짜증과 살짝 식은 분노를 키보드에 대고 팍퍽퍽퍽 실컷 찍어눌렀다. 그게 한시간 전 일이고, 길다란 해이트 스피치의 마무리는 ‘내년에 그 작업이 어디서 보여지느냐가 어쩌면 큐레이팅의 현재 풍경일 것이다. 불길하다 불길해.’ 이라며 끝남..어우 무셔,,,
감정이 좀 해소됐는지 곧 뇌 안이 넓어졌다. 한시간전에 그 작업에 대해 신랄한척 똑똑한척 써제낀 말들이 더이상 쓸모가 없어져서. 그리고 다시 복기를 해보니 그 작가가 창작자로서 유희하고 즐거워하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가 보였다. 하나도 유별난게 아닌 오롯이 개인으로서 즐기고있는 부분들. 분명 그것들은 아름다웠다. 드디어 감정이 내려앉은 것이다.
올 해 가을에 ‘여성의 야망이 모성의 한 형태일수 있다’는 말에 말 그대로 전복된 이후로, 어떤 창작물 안에 들어있는 의도를 속에서 집요하게 꼬집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바로 엄청 낯뜨겁게 느껴짐. 동시에 내가 내 자신에게 얼마나 가혹해왔는지 또한 발견한다. 사실상 그게 가장 무서운 부분임. 아 쫌 하면 어떠냐 썅 그냥 좀 막하자. 쉽게 좀 하자

알찬 월남쌈을 만든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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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지뢰. 작업실 입구 잘보이는 자리에 걸어놓으면 좋을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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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 종종 위키하우를 서핑하는데, 오늘은 왠지 눌러본 페이지들을 실없이 기록해본다.

 

1. 과일로 수술기술 연습하기 : 어렸을때 놀던 방법이랑 비슷해서 들어가봤는데 ?...진지한건가? 싶음. 잠시 포유류의 피부를 꿰매는 촉감이 궁금해졌는데, 상상만큼 예민하게 느껴지진 않을거 같다.

 

과일로 수술 기술 연습하기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12시간의 심장 수술에 대한 뉴스를 본 적이 있다면 외과 의사는 어떻게 그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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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국가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법 :상상할 때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도와줄 것 같아서 읽었다.

 

새로운 국가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법

새 인생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새로운 나라로 이사하는 것은 인생에서 새로운 장을 열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매우 겁이 나는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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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원한 작별을 덜 힘들게 하는 방법

 

영원한 작별을 덜 힘들게 하는 방법

불행한 관계를 끝낼 때, 사별, 퇴사, 멀리 이사 갈 때 우리는 작별을 고한다. 심지어 사랑하는 반려동물과도 언젠가는 작별을 해야 한다. 작별은 누구나 언젠가는 겪는 일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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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똑똑한 친구 사귀는 방법 :미국 대도시 청년들이 이 문서를 읽는다면 진짜 3개이상은 실천해볼것만 같은 그런 느낌의 문서

 

똑똑한 친구 사귀는 방법

"나의 IQ는 나랑 가장 가까운 친구 5명의 IQ의 평균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맞습니다! 보다 똑똑해지고, 사람들과 고무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을 경우 똑똑한 친구들을 사겨야 합니다.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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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숙취 해소하는 방법 : 경험이 쌓여도 그다지 현명하게는 벗어날 수 없는 주제(증상)라서 지인들에게도 숙취 어떻게 해소하는지 비법을 자주 물어봐왔다. 이젠 술을 마시는 빈도가 적어지기도 했고, 마시게 되어도 그냥 술 한 잔에 물 한 잔 먹는 걸로 정리했다. 그 다음은 운명에 맡김. 이미 일이 벌어진 이후라면 코코넛 워터가 최고. 어쨌든 이 나사풀린 나른한 그림체가 숙취라는 주제와 너무 잘 어울린다. 마치 아주 나쁜 숙취를 겪고있는 느낌.

 

숙취 해소하는 법

전날부터 밤을 새어가며 술을 마시고 아침에 머리가 다 헝클어진 채로 신발을 끌며 세탁기 앞에 나와 극심한 두통과 배탈에 시달리는 친구가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어!"라는 말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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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하지 않고 돈 버는 방법 : 랜덤 문서 기능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포츈쿠키 뽑는 느낌으로 한번 눌러봤는데 이게 나왔다. 점괘인가?.. 아무튼 실컷 나열해놓고 마지막에 팩트 말함. "매우 큰 행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돈을 벌기 위해서 어느 정도 일을 해야 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많이 일해도 괜찮을 것이다" 아 누가 몰라요 그걸

 

일하지 않고 돈 버는 방법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일하지 않고 부자가 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매우 적은 노력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투자할 여유자금이 있거나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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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바지란히 살아가려하는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문득 문득 어른들로부터 넌 정말 게으르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예전엔 그런 소리가 야속하고 답답하고 억울했다. 그 사람들이 나한테서 보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때문에 자꾸 게으르다고 꾸짖는지 이젠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작품이라는 개념을 더 넓게 보고 있자니, 인간이 하는 생각과 일들이 조금만 다정하다면, 조금만 더 용기가 있다면 정말 세상에 좋을 수 있는 일이구나 싶다. 그렇게 따지면 이렇게 별 탈없이 건강하고 뭘 모른 채로 머리가 잘돌아가는 시간은 너무너무.. 유한하다. 방해로운 감정들을 부디 잘 보듬으면서 다들 자기가 가진 최선의 뜻을 보여주면 좋겠고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 나도 그럴거니깐. 그럴 수 있다면 꽤 오래도록 고되고 힘든 것도 즐겁다 느낄 것 같아.
저물어가는 락스타들의 시간과 얼굴에서는 자연의 엄중한 섭리가 보인다. 그게 유독 아름답고 슬프다고 느끼는 건 그들의 한 때가 좋은 뜻으로 가득했고, 호기롭게 타올랐고 엉뚱했고 정말 멋지고 귀여웠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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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좀 생겼고 몬티는 예정대로 한국에 왔다. 미국에서 보고 딱 2년만에 본다. 몬티를 놀아주고, 궁금했던 전시들 보고, 책보고, 강아지 등과 귀를 쓸어주고, 많이 걷고, 밤에는 언니와 방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영상통화론 못했던 캐치업을 한다.
보스베이비 몬티는 언니 어렸을때랑 아예 똑같이 생겼다. 그리고 못보는 새 목소리에서 갸르랑거리는 아기티가 사라진건 좀 서운하기도 하다. 어느새 말을 잘해서 소통잘되는 것도 이상하다. 그치만 5살인 지금도 순간순간 아기처럼 작고 연약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맘때 애들의 팔랑거리고 중심 안잡힌 달음박질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 가진 부모들의 다양한 불안에 이입하게 된다.

뇌를 아예 꺼버리고 싶지만 역시 쉬니까 개인전에 대한 생각들이 슬슬 고개를 든다. 이번엔 11년을 저장해뒀던 생각을 가지고 하는 것이라 걱정할 것도 없고 천천히 조립만 잘하면 된다. 내년은 초부터 몇가지 신나는 일/무서운 일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정신을 영점 조정해두어야할 것이다. 지금은 푹 쉬고 양분을 섭취하고 근육량도 재건해놓고 세상을 관찰하는 시간이다. 다음주부터 양쪽 손목 물리치료랑 근육재건 꼭. 전시 많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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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의 불안은 평범할 것이다. 다만 지금 권태를 느끼고있지 않음에 감사할 뿐이다.


윤형근작가의 일기와 드로잉을 성기게 꿰어놓은 신간을 빠르게 읽었다. 글쓰기만 치면, 놀랍도록 간소한 글쓰기였다. 최근에 듣고있는 수업에서 스치듯 나왔던 이야기인데, 전쟁을 경험한 작가들이 유독 시각적 자극을 극도로 없앤 미니멀한 작업을 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한다. (혹은 다다처럼 써캐스틱?) 의미심장한 징후다. 동갑내기인 도날드 저드도 한국전에 군인으로 복무했었고, 훗날 ck화보에서 도날드 저드의 침대맡에는 윤형근 그림이 있었다. 어쨌든 윤형근 작가의 기록에는 수사가 치덕이지 않고, 총천연색으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별로 없는 편이다. 편지들 마저도… 그림과 정말 닮았다. 그냥 성격도 한 몫 했을 것 같지만. 그래서일까? 상대적으로 이 기록을 둘러싼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소개글들이 장식적으로 보인다. 이미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난 작업들인데 아직도 사실상 작업을 더 작아보이게 만드는 해석 투성이고… 왜 한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정확하게 이해될 수 없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그래서 점점 현재 나와 동시대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일을 제대로 관찰하는 일이 내게 중요한 일로 다가오고 있다. 어쨌든 그의 글 사이에 있는 여백 자체는 마음에 든다. 그 당시를 찍은 사진을 관찰하듯 중간중간에 나오는 익숙한 이름(ex.우환이형, 밥을 많이먹는 욕심장이 서보 등등)과 행선지들을 유심히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분명 이 텍스트가 다가 아닐텐데, 어쩌면 더 길고 때론 멍청하고 찌질한 기록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누가 어떤 기준으로 글들을 별러낸건지 책에서 투명하게 보이는게 고통이다. 책의 구성에서 드러나는 목적이 중요한데, 흐름에 그게 전혀 없다. 기록오픈이라는 형식은, 날것을 내놓아 새로운 의미를 건져내는 일이어야 마땅한데… 윤형근선생이라면 과연 이 책의 발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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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시작한 이후로 오랜만에 라디오듣기 감각이 생겨서 작업실에서도 라디오를 많이 틀어놨다.

장점1. 시계를 안봐도 들리는 프로그램때문에 대충 몇시인지 알게됨.
장점 2. 셀프 상태체크 가능
기분 안좋은 날 -> 내가 이걸 듣고있느니 세시간 걸려도 플레이리스트 새로 짠다. 내일은 안듣는다. 아 뭐래 라디오에 문자까지 보내면서 징징거려… ㅋㅋ
기분 좋은 날 -> 오우 k팝 꽤나 괜찮은데? 티아라도 신나는걸??? 사연이 재밌네ㅋㅋㅋㅋ이 일상감이 넘 좋쿠나
장점 3. 디제이들의 마인드나 취향 관찰이 재미남.
Mbc 두데같은 경우 갑자기 케이팝 사이에 캣파워나 스트록스같은게 툭툭 섞여나오는데 뮤지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예상해봄. 난 뮤지가 좋아 후후

그래도 오늘은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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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탓도 있겠지만 대화속에서 외롭다 허하다 외치는 사람들이 속출하여 어젠 밤산책을 하며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외로움은 내 평생에 걸쳐 에너지를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잡아먹는 감정이었고, 이제는 감정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몸을 쓰려고 하거나, 수시로 바깥으로 빠져나가 내 느낌들을 남의 것처럼 바라보려고 해본다. 그래도 당연히 외로움 ㅎㅎ
하지만 그런 외로움도 창작에서만큼은 꽤나 힘이 있는 감정같다. 작업실을 혼자 쓴 지 4년이 되어가는데, 처음 1년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머리를 쥐어 뜯고 발을 구르고 울며 시간을 그저 흘려보냈지만 결과적으로 이 고독은 꽤나 값졌음 ㅎㅎ… 내 신체가 소셜라이즈되는 링크가 없을 때의 행동, 생각,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보게된 시간이었으니깐. 그리고 그 덕분에 작업을 많이 하기도 했고, 1년 후 부터는 물리적인 작업 체계도 물 흐르듯 빠르게 다져졌다. 내가 자의적으로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사람들과 어깨를 기대어놓고 있을 때 때때로 찾아오곤 하는 권태보다는 지독히 외로워하는 시간을 잘 쓰다듬고 싶다. 그걸 솔직하게 표현하고픈 마음도..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그 사람의 공간에 초대됐을 때, 생활 이곳 저곳에 숨겨둔 자기에게 꼭 맞게 설계한 작은 안전장치들(ex. 기분 드러워지면 다 덮어놓고 주말에 교보로 뛰어가기,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하기, 혼자 멋진 카페에 가서 제일 맛있는 커피 마시기, 따릉이질주, 발췌독하기, 땡기는 책 도서관에서 잔뜩 골라 빌려놓았다가 반절도 안읽고 반납하기, 비밀계정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사랑한다고 마구 외치기, 좋은 향을 피우고 커텐쳐놓고 두시간 음악 플레이, 식물돌보기 etc 참으로 다양다종하더군..!)을 문득 발견하는 순간들은 얼매나 귀엽고 찡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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