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말하긴 오글거리고, 오늘 전시를 보면서 오랜만에 정말 짜증스런 감정을 느꼈다. 전지구적 트렌드를 얼기설기 기운 포장지를 입고 나 비엔날레 가야겠죠??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였을까.. 게다가 나는 웹에서 프리페이스를 읽고 너무 기대해서 전시를 본 후 그 작가분에게 메일을 보내 뭔갈 제안하려고 했었는데.. 변죽만 울리고 끝까지 시작은 안하고 끝난 작업을 보곤 맥이 쭉 빠졌다.
거기까진 좋은데, 새벽이 깊어지자 막 욕지기가 나오는것임. 뭔가 그동안 속에 쌓인 것에 그 작업을 본 일이 트리거가 되어서 그럴 것이다. 아 뭐라도 비공개 일기로 써갈기고 풀자 해서 블로그를 켜고 온갖 짜증과 살짝 식은 분노를 키보드에 대고 팍퍽퍽퍽 실컷 찍어눌렀다. 그게 한시간 전 일이고, 길다란 해이트 스피치의 마무리는 ‘내년에 그 작업이 어디서 보여지느냐가 어쩌면 큐레이팅의 현재 풍경일 것이다. 불길하다 불길해.’ 이라며 끝남..어우 무셔,,,
감정이 좀 해소됐는지 곧 뇌 안이 넓어졌다. 한시간전에 그 작업에 대해 신랄한척 똑똑한척 써제낀 말들이 더이상 쓸모가 없어져서. 그리고 다시 복기를 해보니 그 작가가 창작자로서 유희하고 즐거워하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가 보였다. 하나도 유별난게 아닌 오롯이 개인으로서 즐기고있는 부분들. 분명 그것들은 아름다웠다. 드디어 감정이 내려앉은 것이다.
올 해 가을에 ‘여성의 야망이 모성의 한 형태일수 있다’는 말에 말 그대로 전복된 이후로, 어떤 창작물 안에 들어있는 의도를 속에서 집요하게 꼬집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바로 엄청 낯뜨겁게 느껴짐. 동시에 내가 내 자신에게 얼마나 가혹해왔는지 또한 발견한다. 사실상 그게 가장 무서운 부분임. 아 쫌 하면 어떠냐 썅 그냥 좀 막하자. 쉽게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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