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쓸 수 없는 기간동안 가벼운 먹을거리를 많이 생각했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오만 것들.

이를테면 빵. 식빵에 무염버터를 턱 턱 잘라서 올려서 씹어 먹거나 초코로 코팅된 크루아상을 가루를 떨어트리며 아작아작 씹어먹거나 차가운 소세지빵을 베어무는 것. 

각종 봉지과자를 뜯어서 손에 들고 먹는 것. 백종원이 가르쳐주는 진라면 순한맛으로 라볶이를 해먹는 것.

닥터페퍼!! 닥터페퍼 맛을 실컷 상상한 다음에 가장 차갑게 해서 딱 두 모금만 넘기기. 

애플민트잎을 손으로 박수치듯 부셔서 투명하고 큰 컵 가득 얼음과 함께 채워넣은 레모네이드를 쳐다보기.

내일 무엇을 먹으면 맛있을까?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건 뭐지? 뭐먹고 싶니?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싶니?

먹을 것을 만지고 다루고 입안에서 느끼는 것. 삶에서 '일'이 지워지니 가장 먼저 떠오른 본능들이다.

간간히 이런 생각들을 하고, 즉시 이 욕구를 채우지 않는 나의 속도에 약간의 실망을 하면서 2주가 흘렀다. 

'박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1.06.23
글쓰기 수업의 기억  (0) 2021.06.18
그렇다면 프리재즈를 언제 들을까!  (0) 2021.05.20
어디에 있든지  (0) 2021.05.13
레샷추(lemonade+ espresso shot)  (0) 2021.03.27

+ Recent posts